'고양이'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05.09 이사, 스트레스, 적응
  2. 2011.08.16 요즘 테로와 베이의 근황
  3. 2011.02.21 [텍스트큐브] 테로의 입원
  4. 2011.02.21 베이의 다이어트



얘네는 거의 침실에 상주한다. 그러나 원래 침실은 'CFZ (Cat Free Zone)'이 될 예정이었다.



꽤 긴 이산 기간을 거친 후 물론 얘네는 그런 생각 따위 하지 않았겠지 드디어(!) 이사한 게 불과 2주 전이다. 일시적인 패닉 상태 - 특히 베이의 패닉이 하루 이틀 정도 더 오래 지속되었다 - 를 거쳐 어느 정도 편안해진 듯하고, 이제는 살림들이 고양이들에게 적응할 차례다. 나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드롱기 전기포트를 주방 선반에서 바닥으로 밀어버리는 바람에 - 아마 베이가 그랬겠지 - 아주 조금 찌그러진 것을 제외하고는, 아, 그리고 소파 방석들의 올이 부쩍 풀리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별 사고 없는 상태. 역시 얘네들도 나이가 들어서 - 지금 복수형을 쓰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베이만을 염두에 두고 있음 - 큰 사고는 안 치는구나. 


이사한 직후 3-4일 정도는 꽤 걱정했었다. 테로는 24시간 크르릉~ 신경질만 내고 있고, 베이는 반쯤 미쳐서 화장실에 처박혀 있거나 침대 밑에서 안 나왔다. 일단 처음 이틀 정도는 둘 다 밥도 안 먹었다. 그러다가 일단 테로부터 동천이가 있으니까 안심되는지 급적응하기 시작하고 밥도 좀 먹고 화장실도 가고 스크래치 위에 앉아서 졸기도 하는 등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베이는 하루 이틀 정도 침대 밑에 더 머물렀고. 

그런데 오히려 더 걱정했던 건 초기 패닉 기간이 아니라 중기 안정화 기간. 베이도 슬슬 적응이 되면서 우리가 없을 때는 거실에 나와있는 눈치고 밥도 먹기 시작했는데, 이런 베이에게 테로가 너무 짜증을 내는 거다. 약간 기분이 좋아진 베이가 그래도 형이라고 쭐래 쭐래 따라다니고 친한 척하면 테로는 정말 벌컥 화를 내면서 하악댔다. 목격하고 진짜 놀랐음. 새로 낳은 둘째를 첫째가 구박하는 상황을 목격한 없는 엄마의 심경이라고나 할까. 둘째 편을 들어주면 안 될 것 같은 그 기분 ㅋㅋ 


'새로운 장소에서 베이를 보니까 새로운 고양이로 인식하는 게 아닐까?'

'설마 그 정도로 테로가 바보일까?' 

그런데 실제로 테로는 중성화 수술 전과 후의 베이를 다른 고양이로 인식한 전력이 있다.

'테로가 치매가 왔나?'

'승균이가 낙성대에서 베이를 너무 편애해서 테로가 쌓인 게 있나?'


진짜 별 생각을 다 했다. 승균이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승균이는 낙성대에서 다같이 정말 잘 지냈다고 했다. 그리고 이건 진실이다. 얘네들은 승균이랑 훨씬 잘 지내니까. 거의 닷새 정도 단순한 베이는 계속 테로에게 들이대고 처맞는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했다. 승균이는 뭔가 얘네 심리에 대해서는 승균이의 진단이 항상 더 정확한 것 같다 둘이 성격이 다르니 환경이 바뀐 스트레스를 다르게 표현하는 것일거라고 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테로가 참 못된 형이네. 만만한 동생에게 자기 스트레스를 풀다니. 뭔가 못된 누나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있네.


그러다가 사이가 좋아졌다. 어제는 서로 끌어안고 자더라. 여전히 말도 많고 애교도 많은 베이를 테로가 귀찮아하는 것 같긴 하지만 적어도 요즘에는 하악대거나 때리지는 않는다. 항상 가만히 앉아있는 테로에게 베이가 다가가서 야옹야옹 거리면서 엄청 안긴다. 하긴 베이는 테로에게만 그러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도 그런다. 이렇게 영광스러울 수가 있나! 우하하하. 낙성대에서는 매일 승균이에게 밀려서 나는 찬밥이었는데! 승균이가 없으니 나에게도 차례가 돌아오다니. 우하하하하. 


또 하나 요즘 걱정되는 건 테로가 너무 자주 토한다는 사실. 낙성대에서도 이상한 것 - 예를 들면 노끈 - 주워먹고 토하는 일이 가끔 있긴 했는데, 이사온 뒤로는 이틀에 한 번 꼴로 토하는 것 같다. 소화를 제대로 못 시키는지 사료가 그대로 나온다. 고다에 검색해보면 밥을 급하게 먹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하는데, 갑자기 이사온 뒤로 급하게 안 먹던 걸 급하게 먹게 된건가. 이사오면서 밥그릇을 바꿨는데, 밥그릇이 높아서 그런가. 일단 그래서 밥그릇을 바닥에 내려줌 안압이 다시 높아졌나. 안압은 높아지면 정말 너무 아파서 절대로 티가 안 날수가 없다고 하던데. 일단 밥그릇 높이를 조절했으니 오늘 내일 지켜봐야겠다. 토요일에는 안압 검사하러 가야지. 예전에 굉장히 크게 아팠던 이후로 애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는 건 항상 공포스럽다. 나부터 긴장됨. 지난 3월쯤 테로 건강 진단하러 가서 피검사 하고 대기실에서 결과 기다리면서 내가 더 긴장해서 덜덜 떨고 있었다. 물론 결과는 좋았지만. 아. 안압 다시 올랐으면 안되는데. 동천이는 베이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그러는 것이라고 함. 베이가 말이 너무 많다고 ㅋㅋ 


테로와 베이를 보면 신기한 게 둘의 구도가 동천이와 나의 구도와 유사하다. 동천/테로는 겉으로는 안정되어 있고 불만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지만 내적인 스트레스가 엄청나고 섬세하다. 나/베이는 단순하고 잘 먹고 잘 잔다. 스트레스 받으면 그 때 그 때 소리치고 운다. 그리고 뒷끝없이 풀린다. 진짜 신기하다. 


어쨌든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심한 편인 나에게 테로와 베이는 특별한 존재다. 그 전에는 미처 몰랐던 감정의 영역이 얘네를 만나면서 열렸다.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굉장히 헌신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붓는 집주인/등받이/사료기계/화장실청소기는 못 되지만 그냥 그렇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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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년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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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랄만큼 잘 지낸다. 둘 다 하루종일 드러누워 빈둥거리며, 밥이든 물이든 잘 먹고 잘 자고 있다. 단, 기존에 먹이던 로얄캐닌 Light로 인해 둘 다 털이 너무 푸석푸석해지는 것 같아서, 일단 지금은 로얄캐닌 Hair & Skin과 Indoor를 섞어 먹이는 중이다. 확실히 털이 좀 덜 빠지는 것 같긴 하다. 그리고 한창 놀 때인 베이는 요즘 테로 형이 귀찮다고 통 놀아주지 않아서, 친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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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년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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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너무 너무 건강해져서, 언제 그렇게 아팠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때를 다시 생각하면 까마득하다. 정말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정말 큰일 나는 줄 알았는데, 그만하니 다행이다. 금요일 밤에 입원시켰으니 이제 병원에서 나흘째인데, 아직 구토한 적은 한 번도 없단다. 소변도 보기 시작했고, 조금씩 짜증도 내는 걸로 봐서 기력도 좀 생기는 것 같고. 앞으로 일주일은 더 병원에서 지켜봐야 겠지만, 그나마 회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다. 눈에 눈물도 그렁그렁 하던데 정말 가슴이 아팠다 - 물론 이건 인간적인 해석이다. 고양이는 눈물따위 흘리지 않는다 -.

 내가 보러 가도 반가운 척은 커녕 아는 척도 안하고, 좀 불편하게 안으니까 짜증까지 내긴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테로야! 내가 너 집에 오기 전에 베이 꼬추 떼어버릴게!

 테로가 일주일 넘게 기력이 없어 보이고, 베이는 중성화 수술 시킬 때가 되어서 목요일 회의 끝나고 한가하길래 금요일 오전 병원에 데려갔었다. 목요일에 집에 가서 테로를 안았는데, 너무 가볍더라고, 뼈도 앙상하고, 그래서 아무래도 심상치않아서 갔었다. 그런데! 베이 중성화 수술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다. 간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고, 황달, 장 무기력, 육안으로 혈액을 관찰해도 알 수 있는 빈혈 등등 테로 상태가 많이 나빴다. 처음에는 '폐사' 이야기까지 나왔다. 정말 금요일 하루 종일 손에 아무 것도 안 잡히더라. 고양이는 원래 아파도 티 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주인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혼자 얼마나 아팠을까를 생각하니까 정말 끔찍했다.

 그래서 동네 병원의 소개를 받아 논현동 2차 병원에 데리고 가서 입원을 시켰다. 복부 초음파도 찍고, X-ray도 찍고, 입원해서는 코에서 위로 튜브를 꽂아 연결한 다음 미음을 먹인다고 했다. 그리고 수액으로 영양 공급하고. 굶는 것 자체가 건강에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에, 튜브로 먹이는 미음을 토해내지 않고 받아 먹는 게 중요하다고 해서, 주말 내내 병원에 전화해서 확인했는데, 다행이 구토는 한 번도 안 했단다.

 애완동물 아프다고 수백만원씩 쓰는 사람들 단번에 이해가 되더라. '폐사' 이야기가 나오고, 네이버에서 고양이 황달을 검색하니 치사율이 70-90% 라는데, 치료비를 지불 안 할 수가 없더라. 당연히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용이라 엄청나게 비싸긴 했다.

 베이가 단순히 성격이 활발한가보다.. 했는데, 요즘 부쩍 얌전해진 테로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나 보다. 테로도 어릴 때는 진짜 활발하고 호기심도 많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내성적이고 얌전한 성격이 되었다. 여전히 다정다감하긴 하지만. 베이는 어리기도 하고, 중성화 전이라, 인간은 모르는 '남자 냄새'가 테로를 괴롭히기도 했을테고. 어제는 베이도 굉장히 낑낑대던데, 설마 테로 찾는거니 (그럴 리가 없는 걸 알면서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음). 새로이 생긴 동생을 질투해서 해코지하는 첫째 아이의 에피소드를 왕왕 보는데, 그러면 부모는 첫째 아이가 무섭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사랑하기도 할게다. 물론 테로와 베이를 그 상황에 투영할 수는 없겠지만, 나도 집에 와서 철없는 베이를 보니, '얘를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회사와 테로가 입원한 병원이 매우 가까워서, 점심 시간에 면회하고, 3일치 입원비를 또 수납하고 왔다. 별 일 없어서 다행이긴 한데, 여전히 애를 병원에 두니 가슴 한 켠에 묵직한 돌 하나가 들어앉은 느낌이다. 폭풍의 지난 주, 나에게도 동천이에게도 일이 많았지만, 테로 일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물론 동천이의 새 차가 왔다든가, 내가 일주일 내내 준비한 회의가 순조롭게 끝났다는지 하는 괜찮은 일도 있었지만 말이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잔병치레가 없는 편이라, 동물 병원은 사료 살 때랑 테로, 된장이 중성화 수술 시킬 때 밖에 안 가봤는데, 요즘 매일 가고 있다. 전화도 매일 하고. 애완 동물 의료 산업에 대해 조금이나마 엿본 느낌이다. 보험 나오면 잘 팔릴 것 같은데 말이지.

p.s. '애완 동물'이 아니라 '반려 동물' 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더 교양있어 보인다는 말을 트위터에서 언뜻 본 적이 있는데, 의미상 차이는 크게 나는 것 같지 않아서 그냥 편한대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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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년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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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의 다이어트

고양이 2011. 2. 21. 15:25

 드디어 베이의 다이어트를 시작한다.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으로 우리의 속을 태우긴 하지만, 적어도 식단 조절과 몸매 관리 만은 알아서 잘하는 테로와는 달리, 베이는 중성화 수술 이후 날이 갈수록 오동통해져 '얘 진짜 안 되겠다'의 수준까지 뱃살이 늘어져 버렸다. 6살인 테로가 몸 길이도 좀 더 길지만, 무게는 비슷하게 나가거나 베이가 조금 더 나간다. 어림잡아 7kg 정도 예상.

 그래도 1살이 되기 전에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을 어디서 주워 들어서 참고 또 참다가, 이제 드디어 때가 되었다. 2010년 4월에 베이를 처음으로 데려올 때 3개월 정도였으니, 이제는 1살이 넘고도 남았다. 이제 때가 되었다.

 역시 성격과 외모는 일맥 상통한다. 테로를 보라.

 얼마나 예민하고 선병질적으로 생겼나! 이렇게 까칠한 애들은 도대체 밥을 많이 먹을 수가 없고, 도대체 잠을 편하게 잘 수가 없다. 살이 찔 만한 물리적 잉여가 없는 셈이다. 테로와 동천이가 어떻게 교감하는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의 성격 좋은 베이는 얼마나
하루 하루가 즐겁고 편안한지! 식욕은 어마어마하게 왕성하고, 궁금한 것도 많고, 잠은 또 얼마나 많이 오는지! 살이 안 찔래야 안 찔 수가 없다. 참 걱정이 없고, 마음에 끼이는 고민이 없는 아이다. 그래서 나랑 잘 지내나 보다. (이렇게 사진으로 나란히 놓고 보니까 베이가 진짜 바보 같아 보인다)



 



 

어쨌든, 인간을 비롯한 모든 동물의 비만은 병을 부른다. 테로가 아프면서 새삼스럽게 알게 된 사실인데, 고양이는 내장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사소한 변비도 치명적인 질병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비만 또한 많은 '늙은' 고양이들의 사망 원인이 된다고. 산책을 싫어하는 고양이의 특성 상 일부러 야외 운동을 시키니는 곤란하니, 일단 식단 조절부터 시작해야겠다. 오늘부터 '로얄캐닌 라이트'를 먹인다. 원래는 '레오나르도 라이트'를 먹이고 싶었으나, 고양이공화국 쇼핑몰에서 품절인 관계로 '로얄캐닌'으로 대체했다. 흠, 지금 확인해보니 레오나르도가 훨씬 비싸긴 하구나.그러나 지난주부터 사료량을 줄이기 시작했는데, 얘가 엄청 후닥닥닥 밥을 찾아댄다. 원래 다이어트 초기에는 스트레스가 심한거란다. 아가야.

 원래 베이는 이런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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