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적인 측면에서의 소박하고 건강한 원칙은 굉장히 매력적이나, 정치 / 사회적인 그들의 메시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너무 옳고, 지루하고,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탐구해볼만한 가치는 있다. 읽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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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헬렌 니어링 (보리, 20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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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헬렌 니어링 (보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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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년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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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헬렌 니어링 (보리, 199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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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히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 자체는 지루하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은 흥미로웠다. 일상 생활 속에서의 건강하고 소박한 원칙에 관한 책이라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고, 실제로 그 내용의 일부를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 이 책은 효진 언니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주고간 책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 중 내가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이 정말 몇 권 안 되더라는 말과 함께 - 그냥 읽었다. 다행스럽게도 페이지를 넘기기 어려운 책은 아니라서, 쉽게 쉽게 넘기면서 그냥 읽었다. 스코트 니어링과 같은 사상가는 나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고, 너무 옳은 소리만 해대서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오히려 나를 생각하게 만든 건 이 두 사람이 평생을 통해 지속해 온 관계 자체였다.

 지적이며 풍부한 감수성과 삶의 에너지를 가졌으나, 스스로의 세계관이 정립되지 않은 여성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정치적 사상가를 삶의 동반자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는 평생을 통해 자신의 지적인 능력과, 감수성, 삶의 에너지를 자신의 파트너의 사상과 세계관을 실천하는 데 쏟는다.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의 생각은 일치하게 되고, 삶의 방식은 하나로 수렴된다. 

 이 커플의 삶, 혹은 스코트 니어링의 삶이 아닌 헬렌 니어링을 주어로 하는 삶의 형태는 어떤 것이었을까. 헬렌 니어링의 삶을 요약하는 글에서는 항상 '젊은 시절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빠지지 않는다. 거칠게 말하면 헬렌 니어링은 젊은 시절에는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으로서 크리슈나무르티의 신념을 실천하며 살았고, 스코트 니어링을 만난 후에는 스코트 니어링의 신념을 실천하면서 살았다. 어찌보면, 헬렌 니어링을 남편의 신념을 적극적으로 자기화하여 삶을 꾸려나가는 내조의 여왕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편, 관점을 달리해보면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감수성 풍부한 어느 한 지성이, 결국 제대로 된 등대를 만나 행복하게 만개했다고 볼 수도 있다. 헬렌 니어링이 그의 삶을 통해 거둔 일정한 성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 - 스코트 니어링이 거둔 성과의 부분 집합으로서 볼 것이냐, 헬렌의 독립적인 성과로 볼 것이냐 - 의 문제인 것이다.

 어쨌든 헬렌과 스코트 두 사람의 관계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조화롭게 통합되어, 매우 충만한 모습을 띤다. 
두 사람의 사상적 성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서로를 만나서 평생을 함께하면서 구축한 관계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찬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손을 잡고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는 노부부를 보면 자연스럽게 미소를 머금게 되듯이, 그들에 대해서도 그렇다.


2.

여기 내가 신뢰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있으니, 그이는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으며, 스스로 헌신하기로 작정한 목표를 말과 삶에서 최대한 실현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나 또한 올바른 일을 추구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으며, 주변의 일상적인 삶의 사소함을 넘는 이상에 나 자신을 던지고 싶었다. 스스로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 특별한 존재로서, 단순히 되풀이될 뿐인 일상을 넘어선 삶의 열정을 가질 수 있었으면 했다. 나는 멀리 진리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구도자와 동료 의식을 느꼈다. 그런에 여기 그런 길 위에 있는, 형제이자 동료로서 내가 배울 수 있고, 도울 수도 있는 사람이 있었다. (20)


"사랑을 하기 위해 단지 애정어린 편지만을 쓰는 것은 그림물감 없이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 것과 같다. 완전한 관계는 이런 식으로는 거의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크고 영원히 지속되는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오히려 점진적이고 느린 축적이 있어야 한다." (72)
- 에드워드 카펜터, 『Drama of Life and Death』


"45년의 연구와 공부 뒤에 얻은 다소 당혹스러운 결론으로, 내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은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하라는 것이다." (77)
- 올더스 헉슬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다." (132)

"당신이 만족스럽지 않고 기분이 좋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세상은 당신이 그다지 크게 바꿀 구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조금씩 자기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가도록 성장함으로써, 자신의 고통을 줄여갈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당신 자신입니다."
- 프랭크 타운센드, 『Earth』



3.

 스코트 & 헬렌 니어링, 『조화로운 삶』
 스코트 & 헬렌 니어링, 『조화로운 삶의 지속』
 
Posted by 소년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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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은 정말 유익했다. 물론 평일 오피스 근무를 하고 서울이라는 척박한 대도시에서 사는 내가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겠지만. 그러나 그의 생활방식, 세계관, 요리 아이디어들은 두고 두고 머릿 속에 새길 만하다. 주옥같은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다 블로그에 옮길 수가 없다. 당장 우리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을만한 사항을 일단 적어둔다. 


 크리스마스, 추수 감사절, 정월 초하루, 부활절 등의 축일이면 주부들은 녹초가 되도록 일하고, 과식한 이들은 배탈로 고생하지만, 우리 부부는 음식을 먹지 않고 물이나 주스만 마시는 것으로 위장과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게 휴식을 준다. 그런 날 우리는 어처구니없는 잔칫상에 항의하는 의미로 금식한다. 또 과식한 사람들의 폭식에 반대하고, 소화기 장애를 겪는 사람들과 음식 준비하는 사람에게 연민을 표하는 의미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주부뿐 아니라 위장도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또 우리는 일주일에 하루는 (보통 일요일에) 금식한다. 그날은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나는 1년 내내 아침 식사는 조리하지 않는다. 봄이면 우리는 위장 청소도 할 겸해서 열흘쯤 사과만 먹는다. 사과를 원하는 만큼, 또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먹는다. 그렇게 하면 금식할 때처럼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아서 좋다.

 소박하게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단조로운 식단을 구성할 필요는 없다. 매일 매끼 다양하게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마음에 드는 것을 찾으면 계속 그것을 고수하자. 인생이나 요리에서 다양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다양한 음식이 있으면 과식하게 된다. 이것저것 손대다가 다시 처음 것으로 돌아오고, 처음부터 다시 먹기 시작해서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기 십상이다. 제대로 씹지 않고 그냥 목구멍으로 넘겨 버리게 되고, 먹을 때처럼 요리할 때도 가짓 수가 줄어들면 그것에 집중하게 되고 그것을 높이 평가하게 된다.

 [양배추 진한 수프] 내가 요즘 좋아하는 재료
 동량의 곱게 썬 양배추와 잘 익은 토마토(곱게 썰어)를 준비한다. 잘게 썬 양파와 기름을 넣는다. 프라이팬에 물을 붓지 말고 모두 넣는다. 저어서 팬의 뚜껑을 닫아, 15분 간 뭉근한 불에서 끓인다.

 [양배추 구이]
 양배추 (가늘게 채썬) 1개, 버터 3큰술, 빵가루 1컵
 양배추에 끓는 물을 잠길 만큼 붓고, 10분 간 그대로 둔다. 물을 빼고 (국물은 잘 둔다). 버터를 바른 찜냄비에 담는다. 남은 버터를 녹여서 빵가루를 버무린다. 버터에 버무린 빵가루로 양배추를 덮는다. 따뜻한 오븐에서 10분 간 익힌다.

 무거운 음식 빵에 대한 내용이 떡과 빵의 애호가인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하긴 하지만.
 케이크는 영양가가 적은 빵 종류이며, 내 견해로는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다.
 ―  닥터 베너(Dr. Venner), 장수를 향한 길 Via Recta ad Vitnam Longam, 1622

 홋지 폿지, 케이크, 건포도 빵, 진저 브래드 등은 뱃속을 불편하게 하고, 질병을 생기게 한다.
 ― 토머스 트라이언(Thomas Tryon), The Good House-wife Made a Doctor, 1692

 모든 페스트리는 혐오스럽다. 세상에서 가장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페스트리를 삼키고 한 시간 후 뱃속을 볼 수 있다면, 뱃속에 든 반죽 덩어리를 보게 될 것이다. …… 체리파이를 가장 잘 이용하는 것은 버리는 것이다.
 ― 윌리엄 A. 앨코트(William A. Alcott), 젊은 어머니 The Young Mother, 1836

 도넛은 너무 기름지다. 아이들에게는 주지 말라.
 ― 닥터 올드쿡(Dr. Oldcook), 요리책 Receipt Book, 1847

 페스트리는 매일 먹어선 안 된다. 페스트리가 고급이면 맛이 있으면서도 소화가 안 되고, 저급이면 맛이 나쁘면서 더 소화가 안 된다.
 ― 크리스틴 터훈 헤릭(Christine Terhune Herrick), Housekeeping Made Easy, 1888

 [여행자의 빵]
 밀 1컵, 물, 참깨나 해바라기 씨앗
 밀을 충분한 물에 밤새 불린다. 아침에 물을 따르고, 밀은 물기 없이 뚜껑을 덮어 둔다. 하루에 두 차례씩 물로 헹구어 준다. 이틀쯤 되면 밀이 두 배로 불며 싹이 난다. 싹이 튼 밀을 거칠게 간다 (이때 가는 도구를 즉시 씻지 않으면, 나중에 끈적끈적해져서 씻기 힘들다). 물 묻은 손으로 밀 반죽을 뭉쳐 작은 빵 덩어리를 만든다. 높이는 2센티 남짓이면 된다. 참깨(혹은 해바라기 씨앗)를 빵 굽는 팬에 뿌려서, 반죽이 팬에 달라붙지 않게 한다. 센불 오븐에서 갈색이 날 때까지 굽는다.
 ※ 이 빵은 호밀 씨앗으로도 만들 수 있다. 건포도나 말린 허브, 대추야자나 견과를 빵 반죽에 뿌려도 좋다.

 [슈만의 호밀빵]
 통호밀을 거칠게 간다. 미지근한 물을 섞는다. 따뜻한 곳에 2~3일 그대로 두면, 발효되어 이스트가 된다. 동량의 신선한 통호밀을 갈아서 발효된 이스트에 섞는다. 소금과 미지근한 물을 넣어서, 20~30분 간 힘껏 치댄다. 뚜껑을 덮어 한 시간 동안 그대로 둔다. 다시 치댄 다음, 밀가루를 묻힌 손으로 반죽을 가볍게 굴려 빵 덩어리를 만든다. 센 불 오븐에서 한 시간 30분 동안 굽는다. 껍질이 딱딱해진다. 날카로운 칼로 아주 얇게 자른다. 이틀이 지난 후 먹으면 맛이 더 좋고, 몇 달도 보관할 수 있는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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