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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히 책이 담고 있는 메시지 자체는 지루하다.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은 흥미로웠다. 일상 생활 속에서의 건강하고 소박한 원칙에 관한 책이라서 나름 재미있게 읽었고, 실제로 그 내용의 일부를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은 - 이 책은 효진 언니가 미국으로 떠나면서 주고간 책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책 중 내가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이 정말 몇 권 안 되더라는 말과 함께 - 그냥 읽었다. 다행스럽게도 페이지를 넘기기 어려운 책은 아니라서, 쉽게 쉽게 넘기면서 그냥 읽었다. 스코트 니어링과 같은 사상가는 나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고, 너무 옳은 소리만 해대서 하나도 재미가 없었다. 오히려 나를 생각하게 만든 건 이 두 사람이 평생을 통해 지속해 온 관계 자체였다.
지적이며 풍부한 감수성과 삶의 에너지를 가졌으나, 스스로의 세계관이 정립되지 않은 여성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정치적 사상가를 삶의 동반자로 선택했다. 그리고 그는 평생을 통해 자신의 지적인 능력과, 감수성, 삶의 에너지를 자신의 파트너의 사상과 세계관을 실천하는 데 쏟는다. 어느 순간부터 두 사람의 생각은 일치하게 되고, 삶의 방식은 하나로 수렴된다.
이 커플의 삶, 혹은 스코트 니어링의 삶이 아닌 헬렌 니어링을 주어로 하는 삶의 형태는 어떤 것이었을까. 헬렌 니어링의 삶을 요약하는 글에서는 항상 '젊은 시절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빠지지 않는다. 거칠게 말하면 헬렌 니어링은 젊은 시절에는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으로서 크리슈나무르티의 신념을 실천하며 살았고, 스코트 니어링을 만난 후에는 스코트 니어링의 신념을 실천하면서 살았다. 어찌보면, 헬렌 니어링을 남편의 신념을 적극적으로 자기화하여 삶을 꾸려나가는 내조의 여왕으로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편, 관점을 달리해보면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감수성 풍부한 어느 한 지성이, 결국 제대로 된 등대를 만나 행복하게 만개했다고 볼 수도 있다. 헬렌 니어링이 그의 삶을 통해 거둔 일정한 성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이냐 - 스코트 니어링이 거둔 성과의 부분 집합으로서 볼 것이냐, 헬렌의 독립적인 성과로 볼 것이냐 - 의 문제인 것이다.
어쨌든 헬렌과 스코트 두 사람의 관계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이 조화롭게 통합되어, 매우 충만한 모습을 띤다. 두 사람의 사상적 성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서로를 만나서 평생을 함께하면서 구축한 관계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찬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손을 잡고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며 걸어가는 노부부를 보면 자연스럽게 미소를 머금게 되듯이, 그들에 대해서도 그렇다.
2.
여기 내가 신뢰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있으니, 그이는 자기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으며, 스스로 헌신하기로 작정한 목표를 말과 삶에서 최대한 실현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나 또한 올바른 일을 추구할 필요를 느끼고 있었으며, 주변의 일상적인 삶의 사소함을 넘는 이상에 나 자신을 던지고 싶었다. 스스로 그렇게 되리라고 믿는 특별한 존재로서, 단순히 되풀이될 뿐인 일상을 넘어선 삶의 열정을 가질 수 있었으면 했다. 나는 멀리 진리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구도자와 동료 의식을 느꼈다. 그런에 여기 그런 길 위에 있는, 형제이자 동료로서 내가 배울 수 있고, 도울 수도 있는 사람이 있었다. (20)
"사랑을 하기 위해 단지 애정어린 편지만을 쓰는 것은 그림물감 없이 그림을 그리려고 하는 것과 같다. 완전한 관계는 이런 식으로는 거의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크고 영원히 지속되는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오히려 점진적이고 느린 축적이 있어야 한다." (72)
- 에드워드 카펜터, 『Drama of Life and Death』
"45년의 연구와 공부 뒤에 얻은 다소 당혹스러운 결론으로, 내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조언은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하라는 것이다." (77)
- 올더스 헉슬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다." (132)
"당신이 만족스럽지 않고 기분이 좋지 않다면, 그것은 당신이 살고 있는 세상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 세상은 당신이 그다지 크게 바꿀 구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조금씩 자기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어가도록 성장함으로써, 자신의 고통을 줄여갈 수 있습니다. 당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당신 자신입니다."
- 프랭크 타운센드, 『Earth』
3.
스코트 & 헬렌 니어링, 『조화로운 삶』
스코트 & 헬렌 니어링, 『조화로운 삶의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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