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뭔데요?"
"차가운 불입니다. 거기에 달을 담아 마시지요." (1:384)
당신에게 적의가 없다 하더라도, 고생해 가며 저런 성벽을 쌓은 자들의 눈 앞에서 그것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보여주는 건 분명 무례한 일일 거요. (1:495)
물론 도깨비들은 우연의 주관 하에 어쩌다가 만들어낸 작품이라 해서 그 딱정벌레를 폄하하지는 않았다. 도깨비들의 속담에 따르자면 '길에서 돈을 주우려면 최소한 발 아래는 살펴야 하는' 것이다..... 행운도 그걸 찾아 다니는 사람에게 깃드는 것이다. 뒤집어 말한다면, 행운이 노력하는 자의 위대함을 깎아내리지는 않는다는 말도 된다. (2:105)
"여행자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길을 걷는 자들입니다."
"그럼 우리 유료 도로당은 무엇인지 말해 주겠소?"
"우리는 길을 준비하는 사람들입니다."
"누구를 위해?"
"자신의 길을 걷겠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위해." (2:123)
네게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그 '남성미'를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면, 우리 사회가 아직 남자들에게 '남성미에 대한 찬사와 존경'이라는 웃기는 대가를 지불하고 나서라도 남자들에게 수컷 역할을 맡겨야 할 만큼 원시적이라는 사실에 고마워하도록 해라! (2:160)
혼인 제도는 수컷에게 이 위험을 분담하게 하는 제도다. 즉 먹이를 구해오고 적대적 환경에 맞서 투쟁하는 등의 역할을 남자가 담당함으로써 보다 안전한 재생산을 꾀하려는 제도가 우리의 혼인 제도다. 이것은 이를테면 어미와 새끼라는 기본적인 가족 구조에 수컷이 편입된 형태라 할 수 있다. (2:160)
내가 있어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세상에 내가 있음을 깨닫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자기 부정도, 자기 비하도 아니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나'의 결여는 여전히 큰 문제였다. 왜냐하면 세상은 모두 '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2:389)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얻기 위해 그녀들이 한 일이라고는 태어나는 것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그녀들은 단지 존재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들여서 뭔가를 얻는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비아스처럼 야심찬 여자마저도. (2:440)
숙원을 걸머지고 오만하게 걸어가는 거인들 (2:451)
거짓말은 거대하면 거대할수록 더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2:486)
우리가 다루어야 하는 것은 지도자를 잃고 주춤거리고 있는 대중이라고 가르쳐주더군요. 그리고 대중에겐 가장 큰 거짓말이 가장 훌륭한 설득 도구라는 것도 가르쳐주었습니다. 대중은 진실에는 관심이 없다던가요. (2:493)
그는 그의 죄와 함께 살해당했어야 했다.... "만약 그가 행방불명되지 않았다면, 왕의 자리에게 살해당했다면, 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왕의 죽음을 경험한 북부는 부활의 힘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2:595)
재미를 아는 자는 힘의 노예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3:469)
예민함과 이해력은, 물론 상호보완적인 것들입니다만 별개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당신을 압니다만 당신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4:13)
그녀의 진심을 오해할 수 없는 륜은, 그렇기에 진심의 무서움 또한 예민하게 느꼈다. 가장 명백한 사실 앞에서도 의심하고 주저할 수 있는 능력은 진실에의 접근을 막지만 동시에 진실의 가혹함에서 사람을 보호한다. (4:42)
네 복수에 씨족들이 찬성해 줄 것인가를 걱정하지는 마라. 어떤 자들은 군자연하며 너에게 씨족들은 네가 살아남아서 다시 씨족을 번성시키기를 원할 거라고 말하겠지. 헛소리다. 죽은 자는 죽은 자다. 그런 말에는 늙은 자와 죽은 자를 우상으로 만들지 않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삶을 무서워하는 나약한 것들의 소리 없는 절규가 배어있다. 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거라. (4:164)
의문 없는 생이 생일까? 우리는 여기서 두 가지 설명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우리의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것, 혹은 그 지혜로운 자가 사기꾼이라는 것. (4:227)
토끼가 표범에게 불살의 도덕을 말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토끼도 그 말에는 웃을 겁니다. 저는 태어난 대로, 생긴 대로 살라는 소리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것이야말로 죄입니다. 자기는 약하니까 표범에게 먹혀야 된다고 믿는 토끼입니다. 토끼는 자신을 부정의 대상이 아닌 긍정의 대상으로 바꿉니다. 표범보다 약한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자신을 선택하는 대신 표범보다 작아서 잽싸게 토끼굴로 뛰어들 수 있는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자신을 선택합니다. 도망치는 토끼는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어떤 제한도 두지 않습니다.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제한을 두지 않으려 했습니다. 자기 자신이라는, 세상에서 완전히 긍정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대상에게 제한과 족쇄를 두는 것이 죄입니다. (4:334)
자기 완성을 위해 살아가는 자를 조심하라... 자기 완성을 위해 살아간다고 말하는 순간 그 자는 자기 부정에 빠지게 됩니다. 무엇인가를 완성하려면, 그것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이어야 하니까요. 자기 완성을 위해 살아간다고 말하는 순간 그 자의 인생은 완성되지 못한 것, 부족한 것, 불결한 것, 경멸할 만한 것으로 전락됩니다. 이 멋지고 신성한 생이 원칙적으로 죄를 가진 것이라는 판결을 받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그 자는 다른 사람의 인생마저도 그런 식으로 보게 됩니다. 자기 인생을 뭐라고 생각하건 그건 그 작자의 자유입니다만,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그렇게 보면 문제가 좀 있지요. (4: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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