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 <매잡이>

2016. 9. 19. 09:02

실수였다. 그것은 주인공이 미처 어디를 어떻게 조심해야 할지도 알기 전에 당해 버린 실수였다. 하지만 그 실수는 물론 주인공 자신의 책임은 아니었다. 그 실수는 주인공의 조심성과는 상관없이 어차피 그를 찾아오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소문의 벽> (74)


언제나 망설이기만 하고 한 번도 스스로 행동하지 못하고 남의 행동의 결과나 주워모아다 자기 고민거리로 삼는 기막힌 인텔리였다. 자기의 실수만도 아닌 소녀의 사망사건을 자기 것으로 고민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자신의 양심을 확인했다. 그리고 관념화한 하나의 사건을 순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되씹음으로써 자신을 확인하는 이상한 방법으로 힘을 얻으려는 것이었다.

<병신과 머저리> (212)


시류를 좇아서 사는 사람들은 그 시류에 맞춰 생활을 잘 요리해 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기가 얼마나 그 시류에 민감하고 영리하게 적응하는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며 스스로 만족한다.

<매잡이> (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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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년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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