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끝났다. 나의 환상을 100% 만족시켜주면서, 행복하게 끝났다.
다섯번째 시즌을 보기 전, 브라이언과 저스틴이 헤어지면서 끝난다, 저스틴이 괜히 헛바람들어 뉴욕으로 가면서 브라이언을 내버려 둔다 등등의 악성 스포일러를 워낙 많이 들어서, 굉장히 마음을 졸이면서 보았으나, 결말은 완벽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1. 네번째 시즌의 끝, 그리고 다섯번째 시즌의 시작

네번째 시즌의 끝에서 고환암을 이겨내고 Liberty Ride를 마친 브라이언이 저스틴에게 함께 살자고 말한다. 저스틴은 처음 브라이언의 로프트에 왔던 그 순간부터 이 말을 기다렸다고 말하지만, "Yes!"라고 대답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네번째 시즌이 끝난다. 그리고 다섯번째 시즌의 초반부, 저스틴은 <Rage>의 영화 작업을 위해 LA에 있다. 

브라이언은 그를 그리워하지만, 언제나처럼 자신이 원하는 바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의 방식대로 in his way. 브라이언은 '저스틴이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염두에 두고,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어 최소한의 상처만을 받고 싶어 한다. 어쨌든 영화가 엎어지면서 저스틴은 돌아오고, 브라이언의 로프트로 이사하며, 둘의 관계는 다시 정상 궤도에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2. Moving on, 그리고 결혼

문제는 다섯번째 시즌이 모든 등장 인물들의 'Moving on' 시점이라는 데에 있다. 삶의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서, 예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일상을 살아가는 시점인 것이다. 마이클과 벤은 네번째 시즌의 종결과 함께 결혼을 하고, 린지와 멜라니는 둘째 제니 레베카를 낳고, 데비와 칼은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비교적) 그대로이다. 오히려 그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조차 고집스럽게 무시하려고 하며, 특히 '결혼, 가정, 가족' 등의 개념 - 그러니까 30대를 지나면서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삶의 형태 - 에 대해 신경질적인 거부감을 보인다. 한밤중 술에 취해 찾아와 저스틴을 네가 물들였다고 마이클에게 퍼붓는 장면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결혼에 대한 브라이언의 거부감에 대해 덧붙이자면, 그의 거부 반응은 결혼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결혼이 필연적으로 가져올 실패에 대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간에 세번째 시즌의 재결합 이후 브라이언은 저스틴에 대한 애정을 '언어적으로' 표현하기 시작하며, 여러 차례의 발화를 통해 '커플, 관계, 파트너' 등등의 개념에 대해 긍정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결혼에 대해 쏟아내는 부정적인 의견들을 주의깊게 들어보면, 결국 브라이언은 결혼 자체가 무의미하고 위선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모든 결혼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면서 끝나게 마련인데, 왜 굳이 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식이다. 저스틴과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이유는, 저스틴과의 관계가 영원히 끝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좀 다른 방식으로 발현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사실 마이클의 결혼이 브라이언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와서 그렇지, 테드와 에밋 또한 비교적 그대로이다. 그래서인지 네번째와 다섯번째 시즌을 지나면서 브라이언과 테드, 에밋은 부쩍 친해지며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된다. 특히 테드와 급친해진다. 


3. 브라이언의 불안

다섯번째 시즌의 초반부 브라이언은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하다. 화를 내긴 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을 뿐 완벽한 자기애의 화신으로서 항상 정서적으로는 안정되어 있었던 예전 시즌과는 달리, 다섯번째 시즌의 초반부에서 브라이언은 시종일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불안감이 '이성애적인 판타지'에 대한 신경질적인 거부로 표출되는 셈인데, 그 원인을 찾아보면, 일단 일련의 'Moving on'으로 인해 기존 삶의 방식에서 브라이언이 가지던 우월성이 결국 소멸될 것이라는 불안감, 그리고 관계 맺기에 대한 자신감 결여를 이야기할 수 있다.  

먼저, 브라이언의 우월성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측면을 보자. 우디스와 바빌론의 세계에서 브라이언은 항상 최고였다. 그러나 네번째 시즌의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최고의 섹스 상대로서의 명성이 물리적, 정신적으로 약해지기 시작한다. 고환암을 겪은 후 아무래도 섹스 능력이 예전같지 않고, (물론 여전히 아름답지만) 아름다움 또한 조금씩 빛이 바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그러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가족을 꾸린다. 그러나 브라이언은 고집스럽게도 그대로 머무르려고 한다. 그러나 기존의 무대에서 브라이언은 더이상 절대적으로 우월한 존재가 아니다. 여기서 균열이 발생한다. 그 균열에 대한 자각, 이에 대한 분노. 이 균열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계속해서 확장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브라이언의 불안감이 친구들에 대한 - 특히, 마이클에 대한 -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나타난다. 자신보다 못한 친구들을 여전히 비웃어주고 싶지만, 현재의 나는 예전같지 않고, 더 이상 친구들은 기존의 자신이 군림하던 바빌론의 세계 따위를 더 이상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브라이언은 화가 나고 불안하다.

한편, 브라이언은 다른 형태의 관계 맺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자신이 바빌론에서 잘해왔던 만큼 그것을 잘 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는 두렵다. 저스틴이 이를 요구하고, 자신의 실패를 목격하며, 그래서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해주지 않고 떠나버릴까 두렵다.
돌이켜보면 언제나 브라이언은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먼저 타인을 밀어내는 사람이었다. 그는 시종일관 관계에 대한 commitment를 혐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commitment에 대한 약속을 혐오하며, 로맨스에 빠져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하면서 서로를 상처주는 '이성애적인 위선, 즉 결혼'을 저주한다. 그러나 브라이언이 작품 전체를 통틀어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commitment를 생각하면, 브라이언이 보여주는 혐오가 관계가 무너졌을 때 자신이 받을 상처에 대한 두려움에 근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브라이언은 자신이 관계맺기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언젠가는 모든 관계가 끝날 것이라고 미리 단정짓는다. - 물론, 마이클은 예외일 수 있다 -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은 결국 자신을 버려두고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버려지는 존재가 되는 것이 두려운 그는 극렬한 자기 방어의 성향을 드러내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맺기 자체를 애초에 부정하려고 한다.
 

그래서 브라이언은 저스틴이 자신을 떠날까봐 두렵다. 더 정확히는 저스틴이 떠난 후 자신이 견뎌야 하는 아픔과 고통이 두렵다. 그는 저스틴이 자신을 떠난 적이 있고, 앞으로도 자신을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젊고 아름다우니까, 그리고 자신이 줄 수 없는 것, 자신이 주지 못하는 것을 원하니까,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또다시 저스틴이 떠난다면, 그건 두번째 시즌에서의 이별과는 아예 다른 차원의 문제 - 화해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 때문일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저스틴은 브라이언에게 있어서 단 하나의 사랑이다. - 이 것은 브라이언이 마이클과 린지에게 느끼는 사랑과는 다른 차원의 좀 더 섹슈얼하고 연애적인 감정이다 - 그 사랑이 막을 내리고 저스틴이 떠난다면 자신이 받을 어마어마한 상처가 브라이언은 너무나도 두렵다. 고환암이 걸렸을 때, 저스틴을 밀어내려 한 것도 만약 자신은 모든 것을 드러내고 저스틴을 의지했는데, 저스틴이 이를 거절하고 떠나면 자신이 받을 상처가 너무나도 클 것이기 때문이었다.

 


4. 저스틴이 원하는 것
 
한편, 저스틴은 브라이언과의 관계가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가길 원한다. 물론 그 '다음 단계'가 의미하는 것이 '결혼, 가족, 가정' - 브라이언이 혐오해 마지않는 이성애적인 위선 - 이 맞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10대 후반부터 브라이언과 함께 지내면서 저스틴은 자신의 가치관 형성에 있어서 굉장히 많은 부분을 브라이언에게 빚져왔다. 그러나 그는 브라이언과 다르다. 그는 브라이언과는 다른 것을 원한다. 단적으로 다섯번째 시즌 초반부를 지나면서 저스틴은 더 이상 바빌론에서의 '섹스 놀이'를 즐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지겨워하는 것 같다.  

바빌론에서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놀기 좋아하고 섹스를 즐기는 천재적이고 사랑스러운 예술가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착'을 원하게 되는 상황 자체가 흥미롭다. 왜 저스틴은 예술가로서의 성공이나 섹스를 통한 향락이 아닌 관계에의 정착을 원하게 되었을까?
일단 저스틴에게는 에너지의 잉여가 있다. 그에게는 가족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고, 잠을 잊고 그림을 그리는 것 만으로는 절대 충족되지 않는 사적인 잉여가 있다. (물론 브라이언에게도 이러한 잉여가 있지만, 그리고 그 잉여는 계속해서 확장되지만, 브라이언은 일단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고, 바쁜 직장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에게는 오랜 섹스 중독의 역사가 있다) 사적인 잉여는 타인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해소되어야 하는데, 저스틴은 이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브라이언과 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저스틴은 브라이언에 비해 좀 더 관계 지향적이고 감정 노동에 적극적이다. 다르게 말하면 좀 더 성숙하고 용감한 자세로 관계를 사고한다. 고환암에 걸려 자신을 밀어내려고 하는 브라이언에게 소리쳤듯이 저스틴은 자신이 이 관계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 - commitment - 을 알고 있으며, 이를 기꺼이 수행할 의사가 있다. 저스틴은 '서로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즐기기만 하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고 생각하며, (일단은) 그 '다음 단계'가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브라이언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던 마이클의 결혼이 저스틴에게도 자극제가 된 셈이다. 


5. 결혼, 이별

이미 말했듯이, 사실 브라이언은 오래 전부터 저스틴을 사랑해왔다. 마이클과 린지를 사랑한 방식과는 다른 형태로. 물론 단순히 연애적인 의미에서의 '사랑' 보다는 복합적인 감정일 것이다. 둘은 동정과 연민, 죄책감, 책임감 등등과 연애 감정을 뒤섞으면서 긴 관계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브라이언은 저스틴이 원하는 (또는 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해 줄 생각은 없었다. - 물론 주기 싫은 것과 주지 못하는 것이 뒤섞인 상황이긴 하지만 -  이별은 매우 슬프고 아프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혼을 통해 저스틴을 붙잡을 생각은 아예 해보지도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바빌론에서 폭탄이 터진다. 현장으로 달려간 브라이언은 저스틴을 찾고, 그 다음 마이클을 찾는다 (브라이언과 저스틴의 해피엔딩을 바라는 나로서는 그 순서가 굉장히 중요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병원에서 수술 중인 마이클을 뒤로 하고 다시 만난 저스틴에게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날 그에게 청혼한다. 

폭탄 테러를 경험하면서 브라이언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후회만을 남겨둔 채 그가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 같다. 첫번째 테러 이후 브라이언의 자책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어쨌든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저스틴은 또 얼마나 놀랬을까.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까. 그 생각을 하면 정말 웃기다. 브라이언에게, 그 천하의 브라이언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받아낸, 그리고 프로포즈를 받아낸 저스티은 정말 최고의 호모섹슈얼이다. 진정한 <queer as folk>의 승리자!

그러나 브라이언보다는 온전한 정신 상태였던 - 두번째 테러라서 그런가 - 그는 브라이언의 청혼을 거절한다. 그는 브라이언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결국 청혼을 받아들이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색하다. 특히 브라이언은 정말 어찌할 줄을 모른다. 자신의 모습을 지키면서 타인과의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른다. 그래서 브라이언은 자신의 방식을 모두 다 포기하고 저스틴에 무조건 맞춰주려고 한다. 그러나 비극적이게도 저스틴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명확하게 모르는 것 같다. 브라이언이 너무 어쩔 줄 몰라해서, 나는 이들이 <L word>의 쉐인과 카르멘처럼 끝날 줄 알았다.

 


결국 둘은 헤어진다. 굉장히 평온하게 이별을 결정한다. 둘 다 슬퍼하지 않는다. 사랑하지만 헤어지는 것은, 헤어지지 않으면 더 불행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여기서 놀라운 것이 저스틴의 인격적으로 성숙한 모습이다. 예전의 저스틴이었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강요하다가 브라이언과의 관계를 끝장냈을 것이다 - 두번째 시즌에서의 이별이 그런 형태였다 -. 그러나 저스틴은 이제 브라이언을 알고, 그를 이해한다. 그리고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스스로가 행복한 방식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적어도 그래야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놔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브라이언의 로프트를 떠난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안절부절 못하던 때와는 달리, 정작 헤어짐을 결정한 브라이언은 편안해 보인다. 자신이 억지로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두고 보지않으려고 했던 진실을, 지금 당장 저스틴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 억지로 외면하려고 했던 자기 자신의 진실을 저스틴이 꺼내어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브라이언으로서는 타인과는 다른 방식으로 'moving on'을 하는 셈이다. 나는 너를 사랑하고 너는 나를 사랑하지만, 우리가 서로 이 사랑을 강요하기 시작할 때 더욱 더 불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지키는 '관계의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6. 행복한 끝

저스틴은 브라이언과의 '결혼 놀이'를 겪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 자신에게는 명백한 잉여가 있고, 공허한 관계가 있다. 그래서 린지와 멜라니, 또는 마이클과 벤처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이 그 다음 삶의 단계로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는 자유분방한 브라이언을 사랑하고, 그를 닮았다. 저스틴이 원한 것은 결혼과 정착이 아니라 브라이언의 '사랑' 그 자체, 그 감정적인 commitment, 그와의 관계가 성숙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찌할 줄을 모르는 브라이언을 자유롭게 해주고,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길을 택한다. 서로가 스스로를 지키면서, 행복하게 서로를 사랑할수 있게, 그렇게 살아갈 수 있게. 

정말 놀랍도록 행복한 결말이다. 저스틴이 뉴욕으로 떠나기 전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저스틴은 자신을 사랑하는 브라이언을 확인하고, 그에게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고 떠나며, 브라이언은 자신의 자리 - 바빌론, 그리고 친구들의 곁 - 를 지키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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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솔직한 심정은, 누가 죽어도 좋고, 누구랑 누구랑 혼인해도 좋으니, 제발 말이 되는 결말로 유종의 미를 거두며 끝났으면 좋겠다는 것 뿐이다. 어차피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주인공들의 가슴이 찢기든, 좌절하든, 모든 것은 이야기의 구성 요소일 뿐, 거기에 감정 이입해 '걸오 죽이지 말아주세요', '차라리 여림이랑 걸오를 이어주세요.' 따위를 이야기하는 것 쓸데없는 짓이다.

 이번주 화요일의 18강은 다음주의 2강 안에 모든 이야기를 종결하겠다는 결심을 만천하에 보여주며, 그동안의 미덕이었던 적절한 속도감과 균형감각을 깡그리 버리고,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아, 그래서 불안하다. '모든 악의 근원인 병판이 죽음을 당하면서, 갈등이 모두 해소되고, 좌상은 윤희의 존재를 인정하며, 선준과 윤희는 행복해지고, 걸오는 남겨지고, 여림은 효은이와 이어지는' 최악의 결말은 나는 다음주에 보게 되는 것인가.

 어차피 완벽한 드라마는 없다. <마왕>은 주지훈의 일취월장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한 연기가  계속 거슬렸고, <하얀거탑>은 법정 싸움이 너무 지루하고 마지막 장준혁의 죽음에 너무 모든 사람들이 슬퍼해서 조금 어이없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그나마 괜찮았다. 그래서 역시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모든 대본이 나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성균관스캔들>, 다음주에 잘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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