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은 정말 유익했다. 물론 평일 오피스 근무를 하고 서울이라는 척박한 대도시에서 사는 내가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그대로 활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겠지만. 그러나 그의 생활방식, 세계관, 요리 아이디어들은 두고 두고 머릿 속에 새길 만하다. 주옥같은 문장들이 너무 많아서 다 블로그에 옮길 수가 없다. 당장 우리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을만한 사항을 일단 적어둔다. 


 크리스마스, 추수 감사절, 정월 초하루, 부활절 등의 축일이면 주부들은 녹초가 되도록 일하고, 과식한 이들은 배탈로 고생하지만, 우리 부부는 음식을 먹지 않고 물이나 주스만 마시는 것으로 위장과 음식을 만드는 사람에게 휴식을 준다. 그런 날 우리는 어처구니없는 잔칫상에 항의하는 의미로 금식한다. 또 과식한 사람들의 폭식에 반대하고, 소화기 장애를 겪는 사람들과 음식 준비하는 사람에게 연민을 표하는 의미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주부뿐 아니라 위장도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다. 또 우리는 일주일에 하루는 (보통 일요일에) 금식한다. 그날은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 나는 1년 내내 아침 식사는 조리하지 않는다. 봄이면 우리는 위장 청소도 할 겸해서 열흘쯤 사과만 먹는다. 사과를 원하는 만큼, 또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먹는다. 그렇게 하면 금식할 때처럼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아서 좋다.

 소박하게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단조로운 식단을 구성할 필요는 없다. 매일 매끼 다양하게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마음에 드는 것을 찾으면 계속 그것을 고수하자. 인생이나 요리에서 다양성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다양한 음식이 있으면 과식하게 된다. 이것저것 손대다가 다시 처음 것으로 돌아오고, 처음부터 다시 먹기 시작해서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기 십상이다. 제대로 씹지 않고 그냥 목구멍으로 넘겨 버리게 되고, 먹을 때처럼 요리할 때도 가짓 수가 줄어들면 그것에 집중하게 되고 그것을 높이 평가하게 된다.

 [양배추 진한 수프] 내가 요즘 좋아하는 재료
 동량의 곱게 썬 양배추와 잘 익은 토마토(곱게 썰어)를 준비한다. 잘게 썬 양파와 기름을 넣는다. 프라이팬에 물을 붓지 말고 모두 넣는다. 저어서 팬의 뚜껑을 닫아, 15분 간 뭉근한 불에서 끓인다.

 [양배추 구이]
 양배추 (가늘게 채썬) 1개, 버터 3큰술, 빵가루 1컵
 양배추에 끓는 물을 잠길 만큼 붓고, 10분 간 그대로 둔다. 물을 빼고 (국물은 잘 둔다). 버터를 바른 찜냄비에 담는다. 남은 버터를 녹여서 빵가루를 버무린다. 버터에 버무린 빵가루로 양배추를 덮는다. 따뜻한 오븐에서 10분 간 익힌다.

 무거운 음식 빵에 대한 내용이 떡과 빵의 애호가인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하긴 하지만.
 케이크는 영양가가 적은 빵 종류이며, 내 견해로는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다.
 ―  닥터 베너(Dr. Venner), 장수를 향한 길 Via Recta ad Vitnam Longam, 1622

 홋지 폿지, 케이크, 건포도 빵, 진저 브래드 등은 뱃속을 불편하게 하고, 질병을 생기게 한다.
 ― 토머스 트라이언(Thomas Tryon), The Good House-wife Made a Doctor, 1692

 모든 페스트리는 혐오스럽다. 세상에서 가장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페스트리를 삼키고 한 시간 후 뱃속을 볼 수 있다면, 뱃속에 든 반죽 덩어리를 보게 될 것이다. …… 체리파이를 가장 잘 이용하는 것은 버리는 것이다.
 ― 윌리엄 A. 앨코트(William A. Alcott), 젊은 어머니 The Young Mother, 1836

 도넛은 너무 기름지다. 아이들에게는 주지 말라.
 ― 닥터 올드쿡(Dr. Oldcook), 요리책 Receipt Book, 1847

 페스트리는 매일 먹어선 안 된다. 페스트리가 고급이면 맛이 있으면서도 소화가 안 되고, 저급이면 맛이 나쁘면서 더 소화가 안 된다.
 ― 크리스틴 터훈 헤릭(Christine Terhune Herrick), Housekeeping Made Easy, 1888

 [여행자의 빵]
 밀 1컵, 물, 참깨나 해바라기 씨앗
 밀을 충분한 물에 밤새 불린다. 아침에 물을 따르고, 밀은 물기 없이 뚜껑을 덮어 둔다. 하루에 두 차례씩 물로 헹구어 준다. 이틀쯤 되면 밀이 두 배로 불며 싹이 난다. 싹이 튼 밀을 거칠게 간다 (이때 가는 도구를 즉시 씻지 않으면, 나중에 끈적끈적해져서 씻기 힘들다). 물 묻은 손으로 밀 반죽을 뭉쳐 작은 빵 덩어리를 만든다. 높이는 2센티 남짓이면 된다. 참깨(혹은 해바라기 씨앗)를 빵 굽는 팬에 뿌려서, 반죽이 팬에 달라붙지 않게 한다. 센불 오븐에서 갈색이 날 때까지 굽는다.
 ※ 이 빵은 호밀 씨앗으로도 만들 수 있다. 건포도나 말린 허브, 대추야자나 견과를 빵 반죽에 뿌려도 좋다.

 [슈만의 호밀빵]
 통호밀을 거칠게 간다. 미지근한 물을 섞는다. 따뜻한 곳에 2~3일 그대로 두면, 발효되어 이스트가 된다. 동량의 신선한 통호밀을 갈아서 발효된 이스트에 섞는다. 소금과 미지근한 물을 넣어서, 20~30분 간 힘껏 치댄다. 뚜껑을 덮어 한 시간 동안 그대로 둔다. 다시 치댄 다음, 밀가루를 묻힌 손으로 반죽을 가볍게 굴려 빵 덩어리를 만든다. 센 불 오븐에서 한 시간 30분 동안 굽는다. 껍질이 딱딱해진다. 날카로운 칼로 아주 얇게 자른다. 이틀이 지난 후 먹으면 맛이 더 좋고, 몇 달도 보관할 수 있는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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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년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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