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란 쿤데라, <커튼>

2015. 1. 28. 16:07



커튼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10-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밀란 쿤데라의 펜끝에서 거대하게 울려오는 메시지 "당신은 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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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만 거대한 책. 쉽게 읽힐 것 같았지만 정작 읽기 시작하자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되새기면서 천천히 넘기게 된다. 소설, 문학, 예술에 대한 거장의 이토록 담백하고 솔직한 통찰이라니.



어떤 인물에 관해서 모든 정보가 주어져야만 그 인물이 '생생하고 강렬하며' 예술적으로 '성공적'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우리처럼 실재적인 존재라고 믿게 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강렬하고 잊을 수 없는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소설가가 그를 위해 창조한 상황의 공간을 가득 메우기만 하면 된다. (94)


사회 운동, 전쟁, 혁명과 반혁명, 국가의 굴욕 등 역사 그 자체는 소설가에게 그려야 할 대상, 고발하고 해석해야 할 대상으로서의 관심거리가 아니다. 소설가는 역사가의 하인이 아니다. 소설가를 매혹시키는 역사란, 인간 실존의 주위를 돌며 빛을 비추는 탐조등, 역사가 움직이지 않는 평화로운 시기였다면 실현되지 않고 보이지 않고, 알려지지 않았을 뜻밖의 가능성들에 빛을 던지는 탐조등으로서의 역사다. (97)


수백 가지 분야로 세분화된 과학으로 인해 분할되고, 철학에 버림받은 현대 세상에서, 소설은 인간의 삶을 전체로서 파악할 수 있는 최후의 망루로 남아 있다는 것을. (116)


반서정주의로의 개종은 소설가의 이력서라면 반드시 들어 있는 기본 항목이다.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진 소설가는 갑자기 거리를 두고 자신을 본다. 그러고서는 자신이 그렇다고 여기던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이런 경험을 해 봐야 소설가는 누구나 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이 아니라는 점과, 이러한 오해는 너무도 일반화된 기본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124-5)


정치적 태도의 근거가 되는 것은 사상(너무나 연약하고 어렴풋한 그것!)이 아니라 덜 이성적이고 더 견고한 어떤 것. (173)


출생에서 죽음 사이를 잇는 선 위에 관측소를 세운다면 각각의 관측소에서 세상은 다르게 보인다. 그 자리에 멈춰 있는 사람의 태도도 변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그 사람의 나이를 이해하지 않고는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정말 이것은 분명하다. 아, 너무다 분명하다! 그러나 처음에는 오직 이데올로기적인 거진 증거들만 눈에 보인다. 실존적 증거들은 명백한 것일수록 덜 드러나 보인다. 삶의 나이는 커튼 뒤에 숨어 있다.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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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소년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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