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노튼 3분작의 표지는 스노우캣 작가가 그렸다고.
Cat Who'll Live Forever
- 저자
- Gethers, Peter 지음
- 출판사
- Bantam | 2002-10-01 출간
- 카테고리
- 생활/요리/건강
- 책소개
- The final, poignant chapter in a tr...
나로 하여금 '어떻게 고양이 몸무게가 4.5kg 밖에 안 나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했던 바로 그 고양이 - 노튼 (자꾸 배우 에드워드 노튼의 이름이 함께 떠올라서 이 고양이도 first name이 에드워드일 것 같다). 노튼보다 몸무게가 훨씬 더 많이 나가는 고양이 둘과 함께 사는 고양이광(!)으로서 정말 재미있게 읽었지만 동시에 가슴 한켠에 막연한 두려움을 안겨준 에세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인지, 단순한 우연인지 그 외에 삶을 살고 관계를 유지하는 측면에서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내가 작가가 된 것은, 이 미친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가장 가까운 일이 내 방식대로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16)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생각하진 않지만, 내가 글을 쓰고 싶어하는 이유도 비슷.
고양이와 관계를 맺는 것이 놀라운 이유는, 아니 고양이와 관계를 맺을 때 생기는 수많은 놀라운 일 가운데 하나는, 그로 인해 사람이 어떻게 달라질지 절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 변화는 대부분의 경우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또한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편안해질 수도 있다. 사람 뿐만 아니라 고양이에 대한 다른 관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때로는 위의 모든 것이 여러 조합으로 나타나거나 혹은 동시에 한꺼번에 나타날 수도 있다. (21)
예상치도 못하게 테로와 베이를 만나 (물론 베이는 직접 데려왔으니까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이런 아이인 줄은 꿈에도 몰랐으므로) 지금까지 함께 살아오면서 내가 겪은 놀라운 일, 마음, 그리고 생각들은 '타자'에 대한 나의 태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과장이 심한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그렇다. 연애하는 상대방에 따라, 다니는 직장에 따라 사람이 조금씩 바뀌듯, 고양이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때로 (사실은 거의 대부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더 자주) 나는, 세계가 정말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우리보다 고양이가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먹고, 자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선택한 뒤 그것에 충실하다. 이것만으로도 좋다. 거기 덧붙여, 고양이는 유혹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쾌락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으며 아무런 질문을 받지 않고 쾌락을 누린다. 고양이는 놀랄 정도로 자기만족적이다. 사랑받는 데 집착하지 않으며 고통이나 상처를 받을 일에는 거의 나서지 않는다. 고양이는 자신감에 차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드러내려 하지도 않는다. 고양이는 친절하지만 그 친절을 돌려 받는 정도 이상의 보상은 요구하지 않는다. (69)
나는 참 이기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인간이라고 지난주에 생각했는데, 이 책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하다니 신기하다. 허허.
내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다. 인정한다. 나는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 왔다. 물론 이성적인 한계 안에서다. 나는 몇 가지 관습을 무시하고 가능한 한 나만의 길을 걸으려 했다. 단 하나의 일에 집중하기보다 여러 일을 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경력도 이상하다. 그 결과, 벌 수 있었던 것보다 적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돈 때문에 일을 한 적은 없다. 내 만족이 훨씬 중요했다. 애정 문제에 있어서는, 한 상대와 오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결혼을 한 적은 없다. 결혼은 내가 믿지 않는 관습과 의례 중 하나다. 몇 마디 말과 종이 조각과 반지로 영원하고 가치 있는 무엇을 갖게 됐다고 믿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엇이 영원하고 가치 있는가는 '내가' 결정한다. 그것이 내 태도다. 아이를 가진 적도 없다. 언젠가 아이를 원하게 될 것이란 생각은 늘 해왔지만, 나는 지금 사십대 후반이고 그 '언젠가'는 아직 오지 않았다. 큰 직함을 거절하고 현실적으로 이득이 있는 것보다 순수하게 우정에 기댄 관계를 선택했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보면, 나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인생 자체를 '정말' 좋아하며 후회 없는 삶을 사는 보기 드문 사람 중 하나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내가 이기적으로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튼이 암에 걸린 후 노튼을 돌보며 나는 이기적이지 않은 삶의 기쁨을 배우게 됐다. 아니, '배운다' 라는 말은 적당치 않다. 그것은 배우거나 가르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경험해야 할 일이다. 내가 경험한 것은, 성인이 된 이후의 삶 동안 노튼이 나에게 주었던 것과 똑같은 기쁨을 아주 조금이라도 그에게 줄 수 있다면 나는 내 고양이를 위해 그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느낌과 그에 따르는 생각이었다. (235-237)
나는 사람이 나이를 먹는 데에는 법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자신의 진짜 모습에 가까워진다. 젊었을 때 까다로운 사람이었다면 나이를 먹으면 점점 더 외고집이 된다. 겁이 많은 사람이라면 세월이 흐르면 공포에 떨게 된다. 완고한 성격이라면 어느 연령대가 되고 나면 깃대처럼 굽힐 수 없는 사람이 된다.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세상을 등지기만을 바라는 때가 오게 된다. 나이는 그 사람의 기벽을 끄집어내 더 크게 만든다. 내 생각으로는, 나이가 들수록 자기 방어력과 통제력이 줄어들어 그 기벽이 넘쳐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245)
나는 아직 '자신의 진짜 모습'을 내 의지대로 만들 수 있는 시기다. (아니더라도 그렇게 믿자)
그(마티 골드스타인)는 노튼을 130세까지 산 우크라이나 농부에게 비유했다. 죽음의 순간이 오면 그들은 빨리 죽는다. 우리는 죽음을 연장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우리는 우리 삶의 1/3을 단지 죽어가는 데 쓴다. 그 농부들은 건강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펑 하고 사라진다. 그래야 하는 것이라고 마티는 말했다. 질 좋은 삶을 살면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건강히 지내고 그런 다음 빨리 죽는 것. (257)
우리가 누구를 아무리 깊이 사랑하더라도 그 사랑과 더불어 고통과 좌절, 타협도 어느 정도 동반되기 때문에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복잡하고 뒤섞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이다. 하지만 노튼에게는 결점이 없다. 노튼은 완벽했다. 노튼이 완벽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분의 사람보다 훨씬 단순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266)
'그리고 개는 행복했고 고양이는 개가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292)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와 고양이는 앙숙이라고 오해한다.
나는 사람들이 이 지구 위에서 그렇게 오래 살아오고도 아직도 두려움 속에서 살아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는 사실이 우울했다. 죽는 것이, 아니 다른 어떤 것이라도 그것이 두렵다고 해서 삶이 멈출 수는 없다. 일단 두려워하면 나쁜 사람들이 승리한다. …… 고용인들을 보호해야 할 거대 기업이 배짱을 튕기고, 거물들은 수천 억을 챙기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더 쭈그러든다. 그래서? 여러 측면에서, 삶은 엿 같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만 살 것인가?
이 모든 문제를 깊이 생각할수록 나는 이 일이 가족과 삶과 죽음 같은 큰 문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 작고 더 사소한 부분에도 적용된다. 우리 직업을 대하는 태도,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 무엇을 지지할지에 대한 생각에도 적용된다. 사람과 나누는 매일의 관계, 그리고 감히 말하건대, 동물과 나누는 매일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나는 노튼과 함께한 16년이 넘는 세월을 사랑했다. 나는 노튼을 사랑했다.
다음 고양이가 노튼만큼 똑똑하거나 경이로울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다음 고양이에게도 내가 노튼에게 느꼈던 것만큼 가까운 유대감을 느끼게 될까? 아마 아닐 것이다. 내가 익숙해진 노튼 같은 스타일로 다음 친구 역시 나의 힘이 되어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내가 또 다른 남자/고양이와 긴 관계를 시작하는 것을 겁내야 할까?
결코 아니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나는 다음 고양이 역시 사랑할 것이다.
그리고 내 삶에 들어온 다음 고양이와 보내게 되는 시간이 얼마가 되든 나는 그 세월을 사랑할 것이다. (312-314)
나는 노튼처럼 하려고 한다. 뛰어오르고 그 사실에 대해 행복해할 것. 우리 모두 그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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